2000년 10월 7일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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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 깡패냐? (FS-78 vs TD-102)
먼저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두 망원경의 제원을 간단히 언급하면, FS-78은 일본 다카하시에서 만든 구경 78mm, F/8의 고급 플로라이트 소재를 사용한 굴절망원경이고, TD-102는 한국광학시스템 코스모스에서 만든 구경 102mm, F/9의 아크로매틱 굴절망원경입니다. 일단 구경비로 볼 때 두 망원경은사진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FS-78은 F/8로 사진 촬영에 있어 TD-102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또, 렌즈의 소재로부터 FS-78이 성상면에서 뛰어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요. 하지만 구경에서는TD-1 02의 승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 FS-78이 고급 소재를 쓴 만큼 얼마나 구경의 열세를 커버해줄지궁금합니다. 여기서는 두 망원경의 성능비교가(이 두 기종의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비교할 필요 조차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아니라 단지 두 망원경으로 관측한 느낌과 생각을적습니다.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이 많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지난 9월 30일. 내가 제천시 용두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는, 용두초등학교와 화산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우주동아리 어린이들이 분주히 관측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도 교사인 화산초등학교 김동빈 선생님은 벌써 망원경의 극축 세팅을 마친 후였고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막 마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저녁을 집에서 먹고 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진 후에나 운동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작년에 용두초등학교에 김동빈 선생님이랑 같이 근무할 때도 마음은 항상 있었으나 우주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관측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한 번 있었던 것 같다. 김동빈 선생님은 대단하시다. 매월 한 번의 정기 관측회를 갖으신다. 용두에 있을 때 우주동아리를 만들었고 올 해 화산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기며 화산초등학교로 까지 확대를 했으니.... 나는 뭘하나? 왕미초등학교에도 우주동아리를 만들어야하는데... 그나저나 용두 어린이들도 대단하다.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는데도 꾸준히 연락하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느니...대견한 놈들....
대충 그날의 하늘은, 용두초등학교가 아파트 숲으로 싸여 있다보니 하늘이 훤했다. 동쪽은 도심이라 완전히 대낮이었고 남쪽과 북쪽도 약간 환했다. 다만 천정부근과 서쪽만이 그나마 별이 보였다. 그것도 3등성 정도까지.....오래 적응된 상태에서는 4등성도 어렴풋. 보는 사람은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천정에서 약간 서쪽부분의 일부만. 구름은 없었으나 대기 투명도는 보통이었고 대기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다.
김동빈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망원경을 기울어가고 있는 큰 곰자리의 제타별 미자르를 겨누고 있었다.아마도 알코어와 함께 미자르, 그리고 미자르의 4등급 반성이 앙증스럽게 보였으리라... 그동안에 얼른 나는 망원경을 설치하고 극축을 맞추었다. 운동장에 김선생님의 TD-102와 나의 FS-78이 나란히 선 것이 보기좋았다.
8시경 나는 중천에서 기울어 가는 백조자리의 알비레오를 향하여 망원경을 돌렸다. 텔레뷰 프뢰슬 13mm (약48배)로 보았을 때 작고 예쁜 두 개의 별을 볼 수 있었다. 와∼ ! 이게 얼마만인가? 깨끗하고 예리한 성상... 하지만 두별의 간격이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LV5mm (약126배)로 바꾸었다. 넉넉하게 분리되어 보이는 노란색의 주성과 푸른색의 반성. 상은 약간 어두워졌으나 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예쁘고 앙증스럽다는 느낌은 덜 들었다. 아이들도 줄을 서서 감상을 했다.
다음으로 찾은 것이 거문고자리의 M57. 일명 고리성운. 그리 어렵지 않게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중성이야 도심 불빛이 강하더라도 별 지장은 없지만 성운, 성단은.... 그러나 예상외로 잘 보였다. LV20mm와 프뢰슬13mm로 번갈아 가며 관측을 했는데 프뢰슬이 좀더 상이 나은 것 같았다. LV아이피스가 더 고급인데...이런 일이...역시 텔레뷰인가? 고리가 어여쁘게 보였다. 동그란 도우넛!!! 김동빈 선생님 망원경과 내 망원경에 아이들이 붙어서 관측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역시 성상은 다카하시의 플로라이트 FS-78이었다. 그러나 구경면에서 앞서는 TD-102가 아크로매트이긴하지만 M57을 더 잘 보여주었다. 역시 구경이 깡팬가보다. 우리 모두 대구경을 장만합시다!!!!
다음은 M27. 거문고자리, 백조자리와 붙어있는 여우자리의 행성상성운. 일명 아령성운. 나는 M57과 알비레오를 기준으로 하여 찾는다. LV20mm를 사용하였다. 비교적 애매한 자리에 있으나 그 날은 쉽게 망원경 안에 들어왔다. 아주 희미했다. 아령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보일까? 그냥 희끄무리했다. 관측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느 것인지 보질 못했다. 반면 김선생님은 화살자리를 기준으로 하여 찾아 간신다고 했다. 역시 구경이 약간 큰 김동빈 선생님의 망원경이 보여주는 상이 약간 더 좋았다. 잘 보였다. 구경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9시 30분경, 위의 3대상을 관측하다보니 어느새 아파트 불 빛 사이를 뚫고 토성이 보였다. 뒤이어 목성도 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목성은 아직 관측하기에 고도가 너무 낮았다. 먼저 앞서 떠오른 토성으로 망원경을 돌렸다. 지금까지 천정 부근을 관측하느라 목과 허리가 부러질 정도였는데... 토성은 고도가 낮아 아주 자세가 편하고 좋았다. 사용 아이피스는 LV5mm. 티 하나 없이 보이는 토성의 깨끗한 모습. 선명한 고리. 지금이라도 톡 튀어나올 것 같았다. 띠 가장자리의 어두운 부분, 카시니간극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예리하고 디테일한 상을 보여주었다. 세레스트론의 2배 바로우를 끼웠더니 상이 어두워 졌다. 그러나 크게 보였다. 크게 보여 좋긴 했으나 예리한 맛이 떨어졌고 왠지 나는 바로우 없이 관측하는 것이 훨씬 관측하기에 좋았다. 아이들도 토성의 모습에 절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죽인다나 뭐라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토성을 즐겼다.
뒤따라 나선 목성이 적당히 올라왔다. 목성 역시 상이 기가 막혔다. 선명하고 살아 숨쉬는 듯한 줄무늬. 남적도 줄무늬와 북적도 줄무늬는 선명했으며 남온대 줄무늬와 북온대 줄무늬도 구별할 수 있었다. 역시 LV 5mm를 사용했다. 남적도 줄무늬 와 북적도 줄무늬 가장자리의 일렁임이 보이는 듯했다. 아니 보였다. 바로우를 끼웠다. 역시 상은 커졌으니 예리한 맛이 떨어졌고 상이 어두워졌다. 김동빈 선생님과 대적반 이야기를 했는데... 그 날 관측에서 지금 대적반이 보인다. 않보인다. 이야기가 있었다. 그 날 그 시간에 대적반이 관측 가능했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관측기 게시판에 목성의 대적반 관측시간을 김동빈 선생님이 올려주신 것이 있는데.... 다음엔 대적반을 집중관측하기로 했다. 목성의 위성을 비롯하여 목성을 아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 관측했다. 지금까지 관측하면서 행성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 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참 좋았다. 역시 안시 관측은 한 대상을 오래 봐야....확실히 토성과 목성의 상은 플로라이트 소재를 쓴 FS- 78이 압도적이었다. 구경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상이 예리하고 깨끗하고 디테일했다. TD-102도 렌즈가 오랜시간 적응이 되어서인지 상이 괜찮았다. 생각보다는 좋았다.
어느새 주경과 파인더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슬방지히터가 작동 중인데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아까 보았던 M27을 다시 찾아보았다. 아니, 우째 이런 일이! 아까는 쉽게 찾았던 M27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알비레오와 M57을 기준으로 찾아도, 화살자리를 기준으로 찾아도 망원경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도를 보고 다시 확인했다. 아니 이럴 수가....아까는 쉽게 찾았는데....이때, 어떤 아이가 "데굴데굴은 어디 있어요?"라고 했다. '데굴데굴?' '아하! 더블더블.' 더블더블을 본지도 오래 되어서 한 번 보고 싶기도 했고, M27이 아직 천정 부근이라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쉽게 망원경 안에 않들어 오고 해서 다음 기회에 찾기로 하고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끝까지 찾았어야 하는데....망원경에 들어왔는데 너무 희미하여 내가 미쳐 확인하지 못했나? 여하튼 지금도, 찾다가 포기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끝까지 찾아서 다음 번에 찾을 때 쉽게 찾을 수 있게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하는데...
"데굴 데굴은 어디 있어요?"라는 말에 망원경을 다시 거문고 자리로 돌렸다. 직녀성 옆의 거문고자리 엡실론별. 프뢰슬 13mm로 보았을 때 엡실론 1번별과 2번별은 쉽게 넉넉히 분리되었다. 그러나 엡실론 1번과 2번 별의 반성은 분리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LV5mm로 보았다. 엡실론 1번과 2번 별의 반성이 간신히 분리되었다. 시야에 4개의 별이 들어왔다. 황홀했다. 정말로 더블 더블이었다. TD-102로는 LV5mm를 사용했을 때 더블더블이 분리되어 보이는 듯 했다. 역시 행성이나 이중성 관측에서는 비록 구경이 작더라도 고급소재의 굴절 망원경이 앞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관측에 익숙한 아이들은 쉽게 더블더블을 관측했다. 하지만 처음이거나 두서너 번째인 아이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렇게 관측을 하고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컵라면을 찾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주질 않았다. 뭐? 지네들 내일 아침거리라나? 신경질이나서 아이들을 심부름 보냈다. 돈을 주고 컵라면 한 박스를 사오라고.... 그리곤 다른 아이들에겐 물을 끓이라고.... 심부름시킨 컵라면이 오고, 물이 끓자 아이들에게 컵라면을 하나씩 돌렸다. 내가 인심을 썼다. 애들을 위해서. 그리곤 모두들 한 그릇씩. 몸이 약간 풀리는 듯했다. 나는 한 개로 모자라 한 개 더 먹었다. 배가 불렀다. 컵라면을 먹고나니 벌써 시간은 12시를 달리고 있었다. 아이들도 이젠 지쳤나보다. 컵라면 먹고 배도 어느 정도 부르겠다. 졸리기도 하겠다. 자거나 장난이었다. 실은 처음부터 관측엔 관심이 없고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놈들이 분위기를 다 흐린단 말이야....
그사이 주경과 파인더에는 이슬이 맺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슬방지히터는 전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동빈 선생님는 아까부터 틈틈이 가스등(그것 참 좋데요. 부탄 가스를 쓰는데... 불꽃이 일반 불꽃과 달라요. 심지가 있던데...신기하데요.)으로 이슬을 말리고 있었다. 나도 가스등을 빌려 이슬을 말렸다. 한 20여분 걸렸다. 헤어드라이기를 자동차 시거잭에 꽂아 쓸 수 있게 개량은 하던지.... 나 원 참! 이슬 말리느라 시간 다 보내고...
지금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관측하느라 김동빈 선생님과 같은 대상을 관측했다. 이제 아이들은 관측보다는 텐트 안에서 자거나 장난에 관심이 더 많은 듯하여 내가 오늘 하고자 하던 일을 했다. 물론 김선생님도 당신 나름대로의 관측을 즐기셨다. 지난번에 평창에가서 집사람이랑 메밀꽃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남은 필름이 있어 목성과 토성을 촬영하기로 했던 것이다. 먼저 토성을 확대 촬영했다. 아이피스를 들여다보고 초점을 맞춘 후 카메라를 연결하여 각각 4초, 5초 노출로 1장씩. 그리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초점을 맞춘 후 다시 각각 4초, 5초 노출로 1장씩. 총 4장. 다음은 목성을 같은 방법으로 각각 2초, 3초 노출로 1장씩. 총 4장을 찍었다. 물론 모터는 별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전에도 확대 촬영을 해보면, 왜?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초점을 맞추면 사진에 초점이 잘 맞고, 아이피스를 통하여 초점을 맞춘 후 카메라를 연결하여 촬영하면 사진에 초점이 안 맞는지.... 그 날의 촬영도 필름은 현상해 본 결과 같았다. 모두 카메라 파인더를 통하여 초점을 맞춘 것이 초점이 잘 맞았다. 하지만 토성은 모두 노출 부족이었다. 목성은 적당했으나 초점이 정확하지는 않았다.역시 문제는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도가 100인 필름을 사용하다보니 토성 촬영시 보다 많은 노출을 주어야하는데 가대의 정밀도가 떨어져 정확한 추적이 되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 다음에는 감도 400정도의 필름을 사용하여 노출을 줄여 가대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대신해야겠다. 목성과 토성은 여러 번 촬영했건만 초점이 정확히 맞은 것은 없다. 정말 초점은....
촬영을 하는 중에도 간간히 가스등으로 이슬을 제거해야만 했다. 촬영을 하고 나니 시계는 2시를 향하고 있었다. 도시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던 플레이아데스가 천정 부근으로 가까워지면서 잘 보였고 안드로메다자리를 비롯하여 페가수스자리 마차부자리도 보였으나 안개가 끼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는 점점 심해졌다. 하는 수 없이 망원경을 철수 시켰다. 이슬이 마르도록 분해하여 차안에 너어 두고 차에서 잠시 눈을 부쳤다. 어느새 날이 훤해졌다. 역시 안개가 자욱했다. 6시부터 아이들과 뒷정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모두 각자 집으로...앞으로 갓!
오랜만의 관측. 도시 불빛 속에서도 관측 가능한 딥스카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외에도 많은 것은 보고 느끼고 안 관측회였다. 참으로 좋았다.
- 2000년 10월 7일 김 일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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